2008년 9월 14일 일요일

컴퓨터 공학 - Computer Science?

나의 전공의 컴퓨터공학이다. 초등학교때 아버님이 IBM 호환으로 한국에서 처음 나온 8086 컴퓨터를 집에 가져다 놓았을때 나의 진로는 바로 결정되었다. GUI도 없이 A:>_ 프롵프트만이 유일한 인터페이스였다. 10장이 넘는 플로피 디스크를 바꿔주어야만 "Indiana Jones"라는 어드벤처 게임을 할 수 있었지만, '_' 의 커서가 깜빡거리는 8086 컴퓨터는 하나의 생명체였고 나에게는 둘도없는 친구였다. 그 후 컴퓨터를 좀더 알아보기 위해 국영수 과외가 아닌 컴퓨터 학원도 다녔고, 고3때 담임선생님과 대학 진학상담으로 학과를 정할때는 아무런 고민이 없었다. 단지 컴퓨터가 좋았을 뿐.

 

"컴퓨터가 좋다"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 시점은 대학원에 진학할 때였다. 20개가 넘는 연구실이 있었고, 그곳마다 국내 최고의 교수님이 계셨다. 학교에서는 Lab Tour (랩돌이)라는 이름으로 신입생들에게 모든 연구실을 소개해주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부푼 꿈을 안고 정말 열심히 Lab Tour에 참여했다. 한국 제일의 교수님과 최고의 인재인 선배님들을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랩돌이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나는 나의 선택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 연구실의 이름은 이랬다. SE Lab, Network Lab, DB Lab, TC Lab, ... 이름은 멋있지만 실제는 별거 아니다. 결국 컴퓨터는 100년전에는 없었던 물건이고, 우리 모두는 컴퓨터가 없어도 사는 것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결국 20개의 연구실에서 내가 갈곳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조금은 기본적인 질문이었다. "컴퓨터 공학"이란 학문의 목적은 무엇인가?

 

결론은 순수학문은 아니라는 것. 컴퓨터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름 선택한 분야는 인공지능이었다. 그나마 가장 순수학문과 가깝고 미결과제가 많은 곳이니까. 검색, 언어처리, 음성인식, 얼굴인식 등은 아직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널려 있다. 잘 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의 꿈은 아직 진행형이다. 공대 출신으로서의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 ->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조금이라도 바꾸어 보자."


 이것은 인문,사회학도들이 20세기에 꿈꿔왔던 제도를 통한 혁명과는 다르다. 단지 내가 연구한 분야, 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편리함을 느끼고 이를 통해 Life-Style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좀 거창하게 꿈을 하나 만들어 놓으면 있어 보여서 좋다. 개인적으로도 힘이 되고  :-)